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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

된장 담그는 법: 1년 숙성 기준 가정용 레시피

메주와 소금의 선택 – 발효의 시작은 재료에서 결정된다

된장을 제대로 담그기 위해서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먼저, '어떤 재료로 만들 것인가’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정에서 1년 숙성 기준으로 된장을 담글 경우, 메주와 소금의 품질이 최종 맛과 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메주는 가능하면 직접 띄운 전통 방식의 메주가 좋지만, 시중에서 구입하는 경우에는 곰팡이나 벌레가 없이 건조가 잘 된 상태인지 확인해야 한다. 메주 표면에 하얗거나 누르스름한 곰팡이는 유익균일 수 있지만, 검거나 푸른곰팡이가 낀 것은 부패의 신호다. 메주의 향을 맡았을 때 구수하고 콩 냄새가 진하게 나야 좋은 메주다.

소금은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제염은 발효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발효 중 잡냄새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해야 한다. 된장에 적합한 천일염은 입자가 너무 고와도, 너무 굵어도 좋지 않다. 중간 굵기의 천일염을 사용하면 소금물이 고르게 퍼지고 메주와의 삼투작용이 원활히 일어난다. 또한, 간수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천일염은 쓴맛이 남기 때문에 최소 3년 이상 숙성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재료의 상태와 선택만으로도 발효의 절반은 이미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소금물 만들기와 장 담그는 날 – 전통의 순서를 따르는 이유

된장을 담글 때는 소금물 농도와 장 담그는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농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메주가 물러지거나 잡균이 번식할 수 있다. 보통 된장을 위한 소금물은 20% 내외의 염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물 10L에 소금 약 2kg 정도를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금의 상태나 기온에 따라 다소 조절이 필요하다. 소금을 넣은 물은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저어준 뒤, 하루 정도 실온에 놓아 염소나 불순물이 휘발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장 담그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입춘부터 정월대보름 사이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겨울철의 추운 공기가 지나고,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 시작하는 시점으로 가장 적절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장을 담그는 날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이 좋다. 전통적으로는 새벽 일찍 깨끗하게 목욕하고, 마음을 정갈히 한 뒤 장을 담그는 풍습도 있었다. 이러한 전통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위생과 발효 환경의 관리를 위한 생활의 지혜였다.

소금물에 메주를 넣을 때는 항아리 안에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배치해야 한다. 메주를 넣은 후에는 깨끗하게 씻은 숯과 고추를 넣어 잡균 번식을 방지하고, 뚜껑을 덮되 환기가 될 수 있도록 천으로 덮는 방식이 이상적이다. 이 상태로 약 40~60일간 발효가 진행되며, 그동안 햇볕이 잘 들고 비가 들지 않는 곳에 항아리를 놓아야 한다.

된장 담그는 법: 1년 숙성 기준 가정용 레시피

 
 

된장과 간장 분리 – 1년 숙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점

소금물에 메주를 넣고 약 2개월 정도 지나면, 표면에 된장의 골격이 서서히 잡히기 시작하고 간장과 된장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과정이 시작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바로 ‘장 가르기’다. 장 가르기란 메주에서 우러난 간장과 된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각각의 숙성 과정을 독립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된장을 성공적으로 담그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중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항아리 속에서 메주를 꺼낼 때는 반드시 끓인 뒤 식힌 소금물로 손을 씻거나 장갑을 낀 채 작업해야 한다. 위생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꺼낸 메주는 손으로 부드럽게 으깨고, 간장을 따로 걸러 유리병이나 사기그릇에 담아 그늘에서 보관한다. 이렇게 분리된 간장은 다시 한번 끓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병에 넣어서 숙성시키면 된다. 이 간장은 약 3~6개월이 지나면 일반 간장보다 깊고 짙은 풍미를 내며, 숙성 시간이 길수록 감칠맛이 풍부해진다.

된장은 따로 보관용 항아리에 넣어 표면을 평평하게 눌러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는 곰팡이 방지를 위해 소금이나 숯을 덮거나 한지로 봉합하는 방법이 좋다. 된장은 이렇게 분리된 후에도 1년 이상 숙성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맛의 농도와 짠맛, 단맛, 쓴맛이 조화롭게 변해간다. 처음엔 짜고 날카로웠던 맛이 점점 부드럽고 구수한 된장 특유의 맛으로 완성된다. 이 장의 변화는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주는 고유의 예술이다.


 
 

숙성 환경과 보관법 – 온도와 위생이 장맛을 완성한다

된장을 1년 이상 숙성하기 위해서는 항아리를 어디에 놓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장맛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항아리는 직사광선이 잘 들고 통풍이 원활한 장소에 두는 것이 좋다. 특히 하루에 일정 시간 햇빛을 받는 환경이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해 발효를 돕는다. 하지만 여름철의 폭염이나 장마철의 습기를 그대로 노출하면 장이 상할 위험이 크므로, 덮개와 한지, 또는 거름망 등으로 적절한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항아리 속 된장은 계절에 따라 상태가 바뀌므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표면에 흰 곰팡이나 미세한 피막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효 과정의 일부일 수 있지만, 푸르거나 검은 곰팡이가 생겼다면 제거하고 상태를 살펴야 한다. 또한 된장의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일정한 수분을 유지해야 하며, 너무 건조해졌다면 삶아서 식힌 간장이나 소금물을 소량 덧주어주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보관 기간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철에는 장의 발효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잡균이 생기기 쉽다. 이때는 항아리를 그늘지면서도 통풍이 잘되는 곳으로 옮기고, 주기적으로 뚜껑을 열어 장 내부의 공기 흐름을 점검해 주는 것이 좋다. 숙성 기간이 끝난 후에는 항아리째 보관하거나, 유리병에 덜어 냉장 보관할 수 있는데, 항아리 보관이 된장의 풍미 유지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1년 동안 정성스럽게 숙성한 된장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우리 식탁 위에서 건강한 발효 식문화의 상징이 된다. 직접 만든 된장은 입에 맞는 맛을 조절할 수 있고, 가족의 건강까지 지킬 수 있는 최고의 천연식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