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장 숙성에서 pH 변화가 중요한 이유
전통 장의 발효 과정은 다양한 미생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pH 변화는 발효의 안정성, 맛, 향, 안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발효란 단순히 시간이 지나는 것이 아니라, 유익균이 성장하고 유해균을 억제하는 미세한 균형의 싸움이다. 이 균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 중 하나가 바로 pH이다.
장 담그기 전후로 항아리 내부의 pH를 측정하고 그 변화를 분석하는 것은 발효 과정을 보다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익하다. pH 수치는 미생물의 종류와 활성도, 단백질 분해 정도, 산 생성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전통 장은 자연 발효를 이용하기 때문에 pH 조절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 pH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품질 관리와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초기 장 담그기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원재료가 중성에 가깝다. 삶은 콩, 엿기름, 고추분 등 기본 재료들은 pH 6.0~7.0 범위를 나타낸다. 그러나 발효가 진행되면서 유기산 생성, 단백질 분해, 미생물 대사산물 생성 등으로 인해 pH는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이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전통 장 제조의 품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 담그기 직후 초기 pH 측정 결과
장 담그기 직후 항아리 내부의 pH는 발효 전 환경을 정확히 반영한다. 이 시점의 pH는 사용된 재료, 염도, 수분 함량, 메주 상태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된장이나 간장의 경우, 장 담그기 직후 pH는 6.5 전후로 측정된다. 고추장의 경우에는 설탕, 엿기름, 고춧가루 등이 포함되므로 pH 5.8~6.2 범위로 약간 더 낮게 형성될 수 있다.
초기 pH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부패균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유익균이 빠르게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발효에서는 메주에 존재하는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아스퍼질러스 오리제 등의 균주가 단백질 분해 효소를 분비하며 발효를 시작한다. 이 효소 작용은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생성을 유도하고, pH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초기 pH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pH 7.0을 초과하면 부패균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pH 5.0 이하로 내려가면 곰팡이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장 담그기 직후 적절한 pH 유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위생적인 재료 사용, 적절한 소금 농도 유지, 청결한 장독 관리가 필요하다. 초기 pH 측정은 이후 발효 경과를 예측하는 데 기준점이 된다.
발효 진행 중 pH 변화 패턴 분석
장 담그기 후발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항아리 내부의 pH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발효 초기 13개월 동안은 pH가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기에 단백질 분해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아미노산과 암모니아 계열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약알칼리성을 띠므로 pH를 약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발효가 중기 단계로 접어들면서 유기산 생성이 증가하고, pH는 다시 서서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시기의 주요 작용은 락토바실러스 균주가 젖산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젖산 생성은 pH를 안정적으로 낮추어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장의 풍미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일반적으로 발효 36개월 시점에서는 pH 5.86.2 범위에서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발효 후반부에 이르면 효모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알코올 및 다양한 휘발성 향미 물질이 생성된다. 이 단계에서도 pH는 크게 변하지 않고, 5.56.0 범위 내에서 소폭 변동을 보인다. 장의 맛과 향이 원숙미를 갖추는 시기가 이 시점이다. 실험 결과에서도 12개월 이상 숙성된 된장은 pH 5.6 내외로 유지되며, 가장 안정적이고 깊은 맛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발효 중 pH 변화는 미생물 대사와 발효 품질의 척도가 된다.
pH 관리의 중요성과 현대적 측정 기술 활용 방안
전통 장 발효에서 pH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관리가 어려운 변수이기도 하다. 미생물 균형이 무너질 경우 pH가 급격히 변동하며 발효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부패균이 증식하면 pH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과도한 산 생성은 지나친 pH 하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기적인 pH 모니터링은 장 품질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pH 미터기가 상용화되어, 손쉽고 정확하게 항아리 내부의 pH를 측정할 수 있다. 전통 장인은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지만, 현대에는 이와 같은 기기를 활용해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일부 발효 전문가는 pH 측정 데이터를 활용해 발효 속도를 예측하고, 환경 조절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pH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통풍 조절, 온도 조절, 소금 농도 재점검 등을 통해 발효 균형을 복구할 수 있다.
나아가 IoT 기반 스마트 발효 시스템에서는 pH만 아니라 온도, 습도, 산소 농도 등을 동시에 측정하여 발효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러한 기술은 장인의 전통 발효 기술을 계승하면서도 발효 실패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장 발효가 산업화, 세계화되는 과정에서도 pH 관리는 여전히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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